쿠바 인구탈출 역대 최대 심각한 이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미국의 경제제재 등으로 쿠바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피델 카스트로의 공산혁명 이후 최대 탈출이 이어지고 있다.
쿠바 인구탈출
10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미국 정부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으로 탈출한 쿠바인은 1100만 인구의 2%가 넘는 25만여 명에 달했다. 대부분 보트 등을 이용해 남부 국경으로 입국했다.
쿠바인 탈출 행렬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탈출 규모가 과거 대표적 사건으로 꼽히는 1980년 마리엘 보트 탈출과 1994년 쿠바 뗏목 탈출을 합친 것보다 크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공산혁명 이후 쿠바에서 삶의 질은 불안정한 상황이었지만 현대 탈출을 촉발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미국의 제재로 인한 빈곤 심화와 절망이라고 NYT는 전했다.
미국의 강력한 제재와 관광산업을 초토화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쿠바 경제에 치명타를 입혔다. 쿠바에서는 식료품 부족 현상에 가격이 치솟고 약국에는 공급 부족으로 동이 트기 전부터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수백만 가구가 매일 몇 시간씩 정전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령화가 심각한 쿠바에 이 같은 대규모 인구 탈출이 큰 위협 요소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캐틀린 핸슨 뉴욕시립대(CUNY) 교수는 집계된 탈북자 수에 세르비아 러시아 등 다른 나라로 떠난 수천 명은 포함되지 않았다며 이는 쿠바 혁명 이후 최대 양적, 질적 두뇌 유출이라고 말했다.
쿠바 인구탈출
쿠바인 탈출의 급증은 미국에도 골칫거리다. 쿠바인은 현재 미국-멕시코 국경 이주민 단속에서 멕시코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바이든 행정부에도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쿠바 정책 변화가 쿠바인 이주 위기를 악화시킨 주요 요인으로 꼽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남플로리다 쿠바계 미국인 유권자들을 의식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한 대쿠바 외교관계 회복, 여행 허용 같은 정책을 버리고 제재 강화, 송금 제한 등을 시행해 쿠바인들의 탈출을 촉발했다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국가안보 부보좌관으로 쿠바와의 협상에 핵심 인물로 참여한 벤 로즈 씨는 국경에서 150km 떨어진 나라의 경제를 황폐화하면 그곳 사람들은 경제 기회를 찾기 위해 국경으로 몰려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국은 최근 급증하는 쿠바 이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미국 정부는 내년 1월 쿠바 아바나 영사업무를 재개하고 내년 쿠바인들에게 최소 2만 개의 비자를 발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미국 내 쿠바인의 송금금액 제한을 없애기로 했으며 쿠바 정부도 추방된 미국 내 쿠바인의 항공편 쿠바 방문을 허용하기로 했다.
양국 당국자들은 이 조치들이 쿠바인들에게 위험한 탈출 시도를 포기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쿠바 경제를 살릴 근본 대책이 아닌 이 같은 임시 대책이 쿠바인의 탈출 행렬을 줄이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나무 보트를 타고 미국으로 11차례 탈출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쿠바 바라코아 비치의 로저 가르시아 올더스 씨(34)는 미국에 도착할 때까지 바다로 계속 뛰어들 것이라며 바다가 내 목숨을 빼앗으려 해도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